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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근황 (이러고 삽니다)

신곡을 읽고

하필이면 도대체가 2026. 7. 24. 19:02

우선 이 책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뉜다.
각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종교서적에 가까운 소설이다.
(정확하게는 가톨릭이나 정교회의 서적이다, 개신교는 연옥과 면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러나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이 오래된 고전 문학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은 좋은 도전이 될 것이다.
만약 성경을 읽고, 신곡을 읽겠다면 최소한 아래의 성경을 읽는 것이 도움 될 것 같다.
- 구약: 창세기, 출애굽기
- 신약: 마태복음(또는 신약의 4 복음서 중 1권), 요한계시록

각 챕터는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좋을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므로 각 챕터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테는 우선 지옥의 입구에서 눈을 뜬다.
그는 지옥의 입구에서 자신의 정신적 스승이자 우상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난다.
이후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첫사랑인 베아트리체에게 부탁을 받았다면서 단테를 천국까지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유명한 문장이 새겨진 지옥문을 지나게 된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문을 지나는 자여!'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9층으로 이루어진 지옥을 차근차근 내려간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기독교의 지옥이 불교의 지옥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불교의 지옥도 또한 그 죄질에 따라 8개로 나뉘기 때문이다.

지옥의 각 층에서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단테의 정적과 교황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금서로 지정된 적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생전의 죄로 인하여,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습으로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중 일부는 생전에 지식인이나 성인으로 유명했던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단테는 위대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런저런 흠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고,
동시에 정적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지옥에 깊숙히 내려갈수록,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묘사되며, 마지막 9층의 최심부에는 타천사로 유명한 루시퍼가 있다.
루시퍼는 지옥의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날갯짓을 하고 있는데, 이 날갯짓은 지옥에 냉기를 공급하여, 지옥에 있는 자들에게 고통을 준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루시퍼의 날개짓을 이용해 지옥을 벗어난다.


단테는 연옥에서 눈을 뜬다.
연옥의 하늘에서 남십자성이 보인다고 한 것으로 보아, 연옥은 우리가 사는 지상인 모양이다.
(오세아니아 대륙이 유럽에 알려진건 16세기라고 하니, 14세기에 집필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연옥은 남반구 어딘가의 섬쯤으로 판단된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연옥에서 소 카토라는 연옥의 문지기를 만난다.
카토는 과거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대적했던 인물로, 자신의 삶을 자살로 마무리했지만.
평생을 윤리적으로 살아온 탓에 연옥의 문지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연옥에도 역사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는 교황도 있었는데, 그는 두 사람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 지옥과 연옥의 차이가 간접적으로 묘사되는데.
이 교황은 자신의 생전 탐욕으로 인해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자신에게 벌을 준다고 했다.

지옥은 자신의 죄를 타의적으로 벌을 받고 있었다면.
연옥은 자신의 죄를 자의적으로 벌을 주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연옥에 있는 모든 이들은 연옥에서 자신의 죄를 덜어내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연옥이 지옥의 연장선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자신의 죄가 남았지만, 자의적으로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안내로 두사람은 마침내 천국에 다다른다.


단테는 천국에서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베르길리우스를 찾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안내해줬던 스승은 더 이상 곁에 없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와 재회한다.
두사람은 10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하늘을 날아오르며, 천국을 여행한다.
그리고 끝내 지고천에 다다르고, 하느님(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을 만나며,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신곡은 이탈리아 원제에서는 '희곡'이라고 한다.
이게 왜 희곡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단테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의 신분으로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도달하는데, '끝내 천국에서 베아트리체와 재회하기 때문에 희곡'이라는 해석이 있다.
베아트리체는 실제로 단테가 젊을 적 사랑했던 첫사랑으로,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요절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단테가 평생에 걸쳐 사모했고, 그 덕에서 신곡의 천국편에서 두 사람은 재회할 수 있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이 소설은 단테 본인의 자위적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적 스승이었던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고, 평생동안 사모했던 베아트리체와 재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중세 유럽인들의 과학적 시각과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매력을 느꼈다.
지상의 남반구는 연옥이며, 지옥은 지하(어쩌면 지구 중심?)에 있고, 하늘은 10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는 부분등이 그랬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하고는 많이 다른, 중세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한편 종교적으로는 지옥, 연옥을 거쳐 자신의 죄를 씻어내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개신교에서는 흔히 '하나님을 믿어야만 천국에 간다'라고 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평생을 개차반으로 살아온 사람도 죽기 직전에 하나님을 믿겠다 고백하고, 회개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책에(=14세기 가톨릭 종교관) 따르면, 벌을 받고, 죄를 씻어내면 누구라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은 후, 지옥편을 곱씹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죄목으로 지옥에 가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교황정도 되는 사람들도 지옥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나 죄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톨릭 사후세계 관점에서, 언젠가는 죄를 씻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지옥에 떨어지는게,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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